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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기업들이 한국에서 지식재산권 침해소송을 잘 하지 않는 이유
변리사오세중 (2022-12-08)
 
해외 기업은 물론 국내 기업들도 최근 국내 법원에 특허 등 지식재산권침해소송을 제기하기보다는 해외, 특히 미국 법원 등에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등에 영업비밀침해로 제소하여 승소하고 합의금 2조원의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을 받아낸 것이 단적인 사례다. 양 당사자 모두 국내 기업인데 국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을 경우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를 생각하면 시사하는 바가 엄중하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 특허청과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이 발간한 '2021 지식재산(IP) 트렌드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에 한국 기업의 미국내 특허소송이 모두 250건으로 전년(187건) 대비 33.7% 급증한 것에서도 확인된다.

국내의 지식재산권 침해소송에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원인으로는, 첫째로, 법원의 신속한 심리와 판결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점, 둘째로, 손해액 입증이 어렵고 손해배상 인정 액수가 적은 점, 셋째로, 특허권에 대한 강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는 2017~2021년 5년간 특허무효심판이 청구된 특허 중 46.89%가 무효심결을 받은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이에 대해 심사품질의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들도 있지만 그만큼 심사를 거쳐 등록된 특허권의 유효성이 낮게 평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넷째로, 한국의 시장 규모가 미국이나 중국, 유럽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점 등이 지적된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국내 법원에 제기되는 특허 등 지식재산권침해소송 건수는 최근까지 저조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의 2020년과 2021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0년과 2021년 국내 지방법원의 1심에 접수된 지식재산권 민사(손해배상청구) 본안소송 사건이 각각 255건/307건, 저작권침해 사건이 25건/27건이며, 항소심 사건은 지식재산권 사건 100건/125건, 저작권침해 8건/6건, 대법원 상고심 지식재산권 사건은 12건/23건, 저작권침해 0건/2건인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가처분신청 사건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나, 2020년과 2021년에 1심에 접수된 지식재산권 민사 침해소송 본안사건 전체가 각각 280건/334건에 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가운데 상표, 디자인, 저작권 침해사건 등을 제외하면 특허침해소송 건수는 한층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우린나라는 2020년과 2021년에 특허/실용신안, 디자인, 상표 등 산업재산권 출원건수가 각각 총 557,256건과 592,615건을 기록했고, 특허출원만 보더라도 각각 226,759건과 237,998건을 기록했다. 전체 등록 건수로 보면 각각 303,669건과 341,873건을 기록하였고 특허등록만 보더라도 134,766건과 145,882건을 기록했는데, 이와 비교하면 그 권리를 실현하고 구체화하는 중요한 법적 수단인 지식재산권 침해소송의 초라한 현 주소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가까운 중국을 살펴보더라도 지식재산권 1심 민사소송 사건은 2017년 기준 특허(전리) 사건은 약 16,010건, 상표 사건은 37,946건, 저작권 사건 137,267건에 이르고, 2020년 한해 동안 최고인민법원에 접수된 지식재산권 관련 사건만 총 5,390건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전리(특허) 사건 2,830건, 상표 사건 1,490건, 저작권 사건 111건, 부정경쟁 사건 66건, 식물신품종 사건 51건, 지식재산권 계약사건 205건, 컴퓨터 소프트웨어 사건 457건, 영업비밀 사건 75건 등에 이르고, 민사사건은 3,470건, 행정사건은 1,904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중국 베이징지식재산권법원의 최근 특허침해 평균 손해배상액이 약 2억원에 이르는 반면, 특허청 발표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특허권 침해소송에서의 평균 손해배상액은 6천만원 정도에 그치고 있다. 중국의 약 4분의 1 정도의 수준이다. 미국의 손해배상 평균액 65억 700만원과 비교하면 1%도 안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규모를 고려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지식재산권 보호수준이 미국은 물론 지식재산권에 관한 후발국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과 비교해도 오히려 매우 격차가 크게 뒤처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지식재산권 침해소송이 저조하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에 등록된 특허권 등 지식재산권의 권리와 가치가 높게 평가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위에서 언급한 첫째 원인을 살펴보면, 특허 등 지식재산권침해소송에서는 권리범위 해석과 침해여부 판단에 법률적, 기술적으로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쟁점들이 많아 일반 민사법원에서의 신속한 심리와 판단에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특허권이 아닌 디자인권 침해사건, 부정경쟁 및 저작권침해 사건 등에서도 법원에 소장을 접수한 후 재판부에서 첫 변론기일을 지정하는데 무려 1년 내외가 소요되는 사례들도 나타날 정도로 법원의 재판과 심리지연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1심 판결을 받는데만도 거의 2년 정도가 소요될 수밖에 없고, 2심과 3심까지 갈 경우 소송을 종결하는데 최소 4-5년이 걸릴 수 있다. 소송을 제기하는 원고로서는 장기간의 소송에 따른 비용의 부담과 함께,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말처럼 시간 지연으로 인한 손해까지 모두 감당해야 하는 답답한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본안소송 제기 전 또는 그와 동시에 침해금지 가처분신청을 하면 심문은 비교적 신속하게 진행되지만, 특허권침해금지 가처분신청의 경우에는 기술분야에 따라 권리범위 해석과 침해여부 판단이 까다로울 경우 시간이 더 소요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특허권의 유무효 여부에 대한 다툼과 함께 무효심판이 제기되는 경우 등에는 보전의 필요성과 긴급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어, 사실상 가처분신청이 본안소송과 차이가 없게 될 수 있다. 이로 인해 특허권침해 사건 등에서는 대리인이 가처분신청을 권유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손해배상청구를 하지 않고 침해금지청구만 하는 경우에도 본안소송 판결을 받기까지 장기간이 소요되고 있어 권리자의 입장에서는 침해사실이 명백하고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가처분신청을 먼저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지식재산권침해소송의 심리지연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재판의 전문성과 신속성을 강화하기 위한 법관과 법원의 전문성 강화, 지식재산권 전문가인 변리사의 침해소송대리 허용 등 소송대리인의 전문성 강화 등을 통해 소송의 신속과 적정 등 소송품질을 높이기 위한 사법체계의 개선이 절실히 필요하다.

둘째로는, 손해액 입증이 어렵고 침해자가 얻는 이익과 소송비용에 비해 손해배상 인정 액수가 너무 적은 점이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법원의 2021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제1심에 접수된 지식재산권침해소송 사건의 손해배상청구 금액은 전체 307건 중 1,000만원까지가 14건, 2,000만원까지 6건, 3,000만원까지 30건, 5,000만원까지 86건, 7,000만원까지 14건, 8,000만원까지 13건, 1억원까지 23건, 2억원까지 65건, 3억원까지 25건, 5억원까지 10건, 10억원까지 3건, 10억원 초과 4건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비재산권상의 청구도 14건에 이르고 있다. 이를 합해서 보면, 전체 307건 중 5,000만원 이하가 136건, 1억원 이하가 186건, 2억원 이하가 251건이고, 3억원 이하가 276건, 3억원 초과부터 10억원 초과가 총 17건이다.

사건처리 내역별로 보면, 2021년에 처리된 265건의 지식재산권침해소송 중 원고승은 15건, 원고 일부승 45건, 원고패 46건, 소취하 79건, 조정 31건, 화해 35건 등으로 원고 전부승소율은 5.66%에 불과하고 원고 일부승을 포함해도 22.6%에 그치므로, 최종 판결 등에서 인정되는 손해배상액은 이것보다 훨씬 더 적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특허 등 지식재산권침해소송 사건은 민사법원에서의 손해배상 등 청구소송 1심부터 2심, 대법원 상고심까지 장기간 진행되고, 특허심판원에 무효심판 또는 권리범위확인심판 청구와 함께 특허법원 심결취소소송, 대법원 상고심까지 여러 절차가 병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여러 건의 소송에 변리사와 변호사를 함께 선임하여 대응하는 경우 소요되는 많은 소송비용과 시간 등을 고려하면 손해배상금액 2억원 이하 사건은 변리사와 변호사의 법률비용 등을 제외하고 나면 사실상 원고에게는 남는 손해배상금이 거의 없게 되거나 법률비용도 충당하지 못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특허권자 등이 지식재산권침해소송을 한번 제기한 후 이러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되면, 침해자의 더 이상의 침해행위를 금지시키는 효과를 제외하면 기존의 침해행위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나 보상이 어렵게 되고 법률비용만을 부담하게 되어, 이후에는 기업 내부에서 소송무용론이 제기될 정도로 국내 법원에 다시 지식재산권침해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지식재산권침해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와 외국 기업이 한국 기업을 상대로 홈그라운드인 한국법원에 지식재산권침해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더욱더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로 국내외 기업의 국내에서의 특허 등 지식재산권 출원이나 등록에 대한 관심과 열기도 식을 수밖에 없다. 이는 국내 기술개발과 지식재산의 창출에 대한 의지를 꺾는 요인이 되고, 결국 국내 산업에 대한 투자와 혁신,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국내 법원보다 해외 법원에 특허 등 지식재산권침해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선호하게 되면, 소송비용은 물론 관련 기술과 영업비밀 유출 우려가 크고, 국내 기술개발과 투자 위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침해자의 입장에서도 침해사실이 인정되더라도 손해배상액이 침해자가 얻은 이익보다 적거나 크지 않다면, 또는 손해배상액이 정상적인 라이센스 계약을 통해 특허권자에게 지불하여야 할 로열티보다 크지 않다면, 침해자는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기술개발에 투자하는 것보다 모방과 신속한 제품화를 통해 사업을 수행하고 이익을 보려는 유혹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역시 창의적인 기술혁신과 산업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장 규모 등의 한계로 인해 손해배상액수가 적은 것 보다 소송지연이 국내외 기업이 한국에서 지식재산침해소송 제기하는 것을 꺼리는 더 중요한 요인이라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 침해금지가 이루어지더라도 침해자가 이미 판매한 금액, 이미 얻은 이익과 이로 인한 특허권자 등의 손해에 대한 배상이 제대로 이루어지 않는다면, 이는 절반의 구제에 그칠 뿐이고 특허권자로서는 많은 법률비용만 자신이 부담해야 하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술이나 제품의 교체주기가 길지 않은 경우 등에는 더 문제가 된다. 판매금지를 시키더라도 침해소송 제기의 실익이 크지 않은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내외 기업들이 국내 법원에 제기하는 지식재산권침해소송 건수가 적다는 것은 분쟁이 없어서 좋은 현상이라기보다는 지식재산권 4대강국이라고 자처하는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지식재산권의 보호수준이 낮고 보상이 확실하지 않아, 특허 등 지식재산권이 창의와 기술혁신, 산업발전의 강력한 동력 내지 유인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특허 등 지식재산권이 확실한 보상을 통해 관련 산업발전의 강력한 동인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의 지식재산권 보호정책과 체계, 특히 지식재산사법체계와 재판의 전문성, 소송품질의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을 위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

(해오름 국제특허법률사무소. 전화: 02-558-0577, 이메일: haeorom@haeorom.com, 블로그: https://blog.naver.com/sjoh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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