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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권침해와 균등론
변리사 오세중 (2004. 1.)
 

1. 특허발명의 보호범위와 특허권침해

특허출원한 발명이 특허청 심사에서 등록결정을 받고 등록료를 납부하여 설정등록되면 특허권이 발생하며, 특허권자는 특허권 설정등록일로부터 특허출원일 후 20년까지 업으로서 그 특허발명을 실시할 권리를 독점한다. 이러한 특허발명의 보호범위는 특허출원 명세서의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된 사항에 의하여 정하여지며(특허법 제97조), 따라서 제3자가 정당한 권원없이 업으로서 그 특허발명의 보호범위에 속하는 발명을 실시하면 특허권침해를 구성하여 민, 형사상의 책임을 지게 된다. 그런데 이 때 제3자가 특허발명을 동일하게 실시하는 경우보다는 대개 이를 약간 변형하여 실시하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의 특허권침해 성립여부가 문제되는데, 그 판단기준으로서 논의되는 것이 균등론이다.

2. 특허권침해 Ⅰ- 문언적 침해

먼저 제3자가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된 특허발명과 동일한 발명을 무단으로 실시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특허권침해가 성립된다. 예컨대, 특허발명의 특허청구범위에 구성요소 'A+B+C'로 구성되는 발명이 권리로서 청구되어 있고 제3자의 실시제품(이하 "(가)호 발명"이라 함)도 동일하게 'A+B+C'로 구성되고 그 목적과 작용효과도 동일한 경우에는 특허권침해를 구성하며, 이를 특허청구범위의 문언(文言)과 일치한다는 뜻에서 문언적 침해(literal infringement)라고 한다. 그러나 특허법상 특허청구범위에는 발명의 구성에 없어서는 아니 되는 사항만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고, 특허권자가 'A+B+C'의 구성요소가 결합된 것을 특징으로 하는 발명을 출원하여 특허등록 받았다면 특허권은 그 구성요소가 결합된 전체에 대하여 주어지는 것이고 개개의 구성요소에 대하여 주어지는 것은 아닌 만큼, (가)호 발명이 이들 구성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경우에 비로소 특허권침해가 성립하고, 이들 구성요소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결여되어 있거나 구성을 달리하는 경우, 예컨대 (가)호 발명이 'A+B' 또는 'A'만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에는 특허권침해가 성립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권리일체의 원칙; All Element Rule'). 다만, (가)호 발명에서 생략된 구성요소 'C'가 비교적 중요도가 낮은 것이어서 전체적으로 특허발명의 '불완전 이용'에 해당하거나, 또는 'A' 등의 개별 구성요소가 특허발명품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전용품(專用品)에 해당하여 '간접침해'가 성립되는 경우에는 예외이다.

3. 특허권침해 Ⅱ - 균등론에 의한 침해

또한 (가)호 발명의 구성이 특허발명의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된 문언상의 구성('A+B+C')과 일치하지 않고 그 구성요소 일부를 변형하거나 다른 구성요소로 치환하였다 하더라도(예컨대 'A+B+D'인 경우), 변형 또는 치환된 구성요소 'D'와 'C'가 실질적으로 동일한 기능을 동일한 방법으로 수행하여 동일한 작용효과를 가져오는 경우에는 양자는 상호 균등물에 해당하므로 (가)호 발명의 실시는 특허권침해를 구성한다고 보는 것이 균등론(the doctrine of equivalents)이다. 이러한 균등론은 1950년의 그레이버 탱크 사건에 관한 미연방대법원의 판결(Graver tank & Mfg. Co. v. Linde Air Products Co. 339 U.S. 605)에서 비롯된 이론으로서 이는 1997년의 워너-젠킨슨 사건에 관한 미연방대법원의 판결(Warner-Jenkinson Co. v. Hilton Davis Chem. Co. 520 U.S. 17)에서도 다시 확인된 바 있으며, 일본국에서도 1998년의 볼스프라인 베어링 특허권침해 사건에 관한 최고재판소의 판결(1998. 2. 24. 선고 평6 (オ) 1083 판결)에서 처음으로 균등론을 수용한 바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위와 같은 균등론은 균등물의 치환이나 단순한 설계변경, 위치변경 등의 경우 발명이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보는 '발명의 동일성이론'을 통하여 특허청 심사실무와 대법원 판례 등에서 사실상 반영되어 왔다고 볼 수 있으며, 1998년 특허법원의 출범 후 이러한 균등론의 적용이 보다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여 대법원 2000. 7. 28. 선고 97 후 2200 판결에서 처음으로 균등론이 명시적으로 수용되면서 그 적용요건이 밝혀진 바 있다. 구체적으로, 위 대법원 판결은 "특허발명의 구성요소를 다른 요소로 치환한 경우라 하더라도, ① 양 발명의 기술적 사상 내지 과제의 해결원리가 공통하거나 동일하고(기술적 사상의 공통성 내지 동일성), ② (가)호 발명의 치환된 구성요소가 특허발명의 구성요소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작용효과를 나타내며(치환가능성), ③ 또 그와 같이 치환하는 것 자체가 그 발명이 속하는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당업자)이면 당연히 용이하게 도출해낼 수 있을 정도로 자명한 경우에는(치환용이성), ④ (가)호 발명이 당해 특허발명의 출원시에 이미 공지된 기술이거나 그로부터 당업자가 용이하게 도출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⑤ 나아가 당해 특허발명의 출원절차를 통하여 (가)호 발명의 치환된 구성요소가 특허청구의 범위로부터 의식적으로 제외되는 등의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가)호 발명의 치환된 구성요소는 특허발명의 그것과 균등물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고 하여 균등론의 적용요건을 제시하였다. 따라서 위 대법원 판결에 따를 경우, (가)호 발명의 구성이 특허발명의 일부 구성요소를 다른 구성요소로 치환한 경우에도 그 기술적 사상 내지 과제의 해결원리가 동일하거나 공통성이 있고, 치환가능성이 있으며, 또한 당업자에 의한 치환용이성이 있는 경우에는 균등론에 의한 특허권침해가 성립할 수 있으며, 이러한 판단기준은 실용신안권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 가능하다.

4. 균등론 적용의 예외

가. 공지기술의 제외

그러나 공지기술은 누구나 자유롭게 실시할 수 있는 공유의 영역에 속하므로, 특허발명이 출원 당시 이미 공지기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무효심결의 확정여부에 관계없이 권리범위가 인정되지 아니하고, 또한 (가)호 발명 자체가 공지기술로만 이루어진 경우에도 특허발명과 대비할 필요도 없이 그 권리범위에 속하지 아니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이다. 따라서 상기와 같이 'A+B+D'로 이루어진 (가)호 발명의 구성이 특허 출원 전부터 이미 공지된 기술이라면 위 대법원 판결의 ④항과 같이 균등론의 적용이 배제되어 특허권침해가 성립되지 아니한다. 또한 특허발명 'A+B+C'는 이미 공지된 구성요소 'A+B'에 새로운 구성요소 'C'를 결합한 것에 특징이 있는 것이라면, (가)호 발명 'A+B+D'는 특허발명의 필수 구성요소인 'C'를 결여한 것이어서 상술한 권리일체의 원칙에 의해서도 특허권침해가 인정되지 아니한다. 이 때, 특허권자가 특허권침해를 주장하기 위해 특허발명의 'A+B+C'와 (가)호 발명의 'A+B+D'가 균등한 발명이라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거꾸로 자신의 특허발명이 공지기술에 의한 신규성 내지 진보성 결여의 무효사유를 안고 있다고 자인하는 결과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가)호 발명 'A+B+D'에서 그 전체가 아닌 'D'만이 공지기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이것만으로 균등론의 적용에 의한 특허권침해의 성립을 부정하기 어렵다. 오히려 이는 위 대법원 판결의 ③항과 같이 '치환용이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나. 심사경과 금반언의 원칙

또한 특허발명의 보호범위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특허출원시부터 등록까지 출원인이 보인 의도, 또는 특허청이 제시한 견해를 참작하여야 하는데, 이를 포대 금반언의 원칙 또는 심사경과 금반언의 원칙(prosecution history estoppel)이라고 한다. 즉, 특허권자가 출원 중에 선행 공지기술에 의한 심사관의 거절이유를 극복하기 위해 특허청구범위를 감축하거나 의견서를 통해 발명의 요지를 한정하는 석명을 한 경우에는 등록 후 특허침해소송에서 보정 또는 석명 전의 명세서에 근거하여 권리범위를 확장 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예컨대, 특허권자가 출원 중에 'A+B' 또는 'A+B+D'로 된 공지기술에 의한 거절이유를 극복하기 위하여 출원발명은 'A+B+C'와 같이 'D' 대신 'C'를 결합한 점등에 특징이 있다고 석명하면서 공지기술을 권리범위에서 제외하고 특허청구범위를 감축하는 보정을 하여 특허를 받은 후에 'C'가 의미가 없다거나 'D'와 'C'는 균등물이라고 하여 'A+B' 또는 'A+B+D'로 구성된 (가)호 발명에 대해 특허권침해를 주장하는 것은 위의 대법원 판결 ⑤항에서와 같이 인정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하여, 위 워너-젠킨슨 사건에 관한 미연방대법원 판결에서는 모든 보정은 발명의 특허성을 얻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고 따라서 출원인이 그 보정이 발명의 특허성과 무관하다는 것을 입증하지 않는 한 균등론의 적용을 배제하는 금반언이 추정된다고 판시한 바 있으며, 또한 2000. 11. 29. 페스토 사건(Festo Corporation v. Shoketsu Kogyo Kabushiki Co. Ltd., a/k/a SMC Corporation, and SMC Pneumatics, Inc.)에 관한 미연방순회항소법원(CAFC)의 판결에서는, 특허성과 관련된 보정의 실질적인 이유에는 선행기술을 극복하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특허법이 규정하는 다른 이유들도 포함되며 따라서 명세서 기재불비 등을 극복하기 위한 출원인의 자발적인 보정을 포함하여 특허법상의 요구에 따라 어떤 이유로든 특허청구범위를 감축하는 보정을 한 경우에는 보정된 청구항의 구성요소에 대해 금반언의 원칙이 적용되어 균등의 범위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와 같이 심사경과 금반언의 원칙은 특허권이 독점배타적 효력이 미치는 강력한 권리인 만큼 그 권리를 획득하게 된 심사경과를 고려하여 제3자와의 이익형평에 맞게 특허발명의 권리범위를 해석하고 균등론의 적용에 제한을 가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5. 결론

이상과 같이, 제3자가 타인의 특허발명을 동일하게 실시하지 않고 이를 약간 변형하거나 구성요소의 일부를 다른 구성요소로 치환하여 실시하더라도 그 기술적 사상 내지 과제의 해결원리가 동일하거나 공통성이 있고 치환된 구성요소가 동일한 작용효과를 가져오며 또 당업자가 용이하게 치환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균등론에 의한 특허권침해가 성립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하며, 또한 특허출원인은 출원시 특허명세서의 보정이 가져올 수 있는 효과에 유의하고 보정의 이유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으며, 특허권 행사 전에 먼저 자신의 특허발명의 심사경과를 검토하여 공지기술 및 심사경과 금반언 원칙과의 저촉여부에 대하여 검토,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